지진 직후 최고의 정보원은 라디오였습니다. 3월 11일 밤은 차 속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로 했습니다. 어둠 속을 바라보면서 줄곧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엄청난 재해에 반쯤 망연자실한 채 공민관 주차장에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의지해가며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아나운서는 때때로 눈물을 머금기도 하면서 열심히 정보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귀를 귀울이고 있으면 어느 정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라디오라는 미디어에 새삼스럽게 믿음이 가서 옆에 두게 되었습니다. 강한 여진에 시달릴 때에도 지진의 강도나 피해는 어느 정도였나 곧바로 확인했습니다. 기분이 우울해져서 가라앉을 때에도 괴로움을 의식적으로 피하기 위해서 스위치를 켰습니다. 라디오는 순식간에 어딘가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을 때 바깥 세상으로의 창문과도 같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원고를 쓰려고 하는데 첫부분이 잘 안 써지거나 써내려 가다가 문득 생각이 멈추어 버리거나…이럴 때에는 스위치를 켭니다. 한동안 귀를 기울인 다음 소리를 작게 하거나 끄고는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무언가를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할 때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집필로 전환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라디오는 서재의 책상 옆에 있습니다.
강연이나 취재 등 업무 관계로 호텔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있습니다. 사실은 여행지에서는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밤에 방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어도 왠지 그다지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하고 라디오를 찾아 보면 요즘 호텔에는 침대 옆에 라디오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미리 소형 라디오를 가지고 갑니다. 그 지역의 방송을 듣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잠들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에게 맞는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는 이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프로그램을 찾으면서 주파수를 맞추다 보면 자기자신을 찾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찾았다’라고 생각한 순간, 우리들에게 새로운 시간을 약속해 줍니다. 힘들고 괴로운 재해의 시간을 지금도 우리들은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서로 <주파수>를 잃어버리지 말고 함께 후쿠시마라는 고향을 지켜봤으면…하는 바램입니다.
시인 와고 료이치
<프로필>
와고 료이치
1968년 후쿠시마시 태생. 국어교사. 제1특집「AFTER」(1998)로 제4회 나카하라 추야 상을 수상. 제4시집「지구두뇌 시편」으로 제47회 반스이 상을 수상(2006). 일본경제신문 등에서「젊은 시인의 우두머리와 같은 존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지진 이후 후쿠시마에서 트위터를 통해 「시의 돌맹이」라는 주제로 연작을 발표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wago2828). 2011년 6월 이들 작품들을 「시의 돌맹이」(도쿠마쇼텐),「시의 묵례」(신초샤),「시의 해후」(아사히신문 출판)로 3권을 동시출판했다. 같은 해 PROJECT FUKUSHIMA! 활동을 시작하면서 8월 15일 후쿠시마의 현재를 바라보고 세계를 향해 내보내는 세계동시다발적 행사를 개최.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오토모 요시히데의 기타와 함께 공연.